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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기타 [황금가지] 얼음나무 숲

최고운 2020.03.19 09:53 조회 수 : 84

얼음나무 숲

하지은 지음

15,800

556p

128*188

979-11-5888-635-6 03810

소설>국내소설>장르소설>판타지, 미스터리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 사람은, 이 사람의 음악은 영원할 것이란 걸."

다시 돌아온 명작, 얼음나무 숲완전판 출간

 

유려한 문장과 매혹적인 분위기로 독자들을 휘어잡는 환상 소설의 대가, 하지은 작가의 기념비적인 작품 얼음나무 숲완전판이 출간되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 얼음나무 숲은 탐미적인 필체로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하지은 작가의 데뷔작으로, 드래곤 라자이영도 작가와 룬의 아이들전민희 작가를 이은 2세대 판타지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오랜 기간 절판되어 재출간을 바라는 독자들의 꾸준한 문의가 있었으며 중고 도서가 정가 4~5배의 고가에 거래될 정도로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이번 완전판에는 본편에서 단편적으로만 언급되었던 천재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새롭게 풀어낸 90페이지가량의 적지 않은 분량의 외전이 처음으로 포함되어 있어, 오랜 시간 이 작품을 다시 만나기를 기다려왔던 애독자들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높이고 있다.

이미 하나의 어떤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하지은 작가의 작품은 대중들에게 다양하게 향유되며 국내외 독자를 사로잡고 있다. 소설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만화가 미국과 캐나다 온라인에서 동시 연재가 진행되었으며, 얼음나무 숲은 전문 성우들이 직접 참여한 드라마 CD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고 현재 웹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높은 질을 자랑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얼음나무 숲오디오 드라마의 경우 책의 절판과 함께 한동안 만나볼 수 없었으나 이번 완전판 출간과 함께 오디오북으로 공개되어, 공개와 동시에 네이버 오디오클립 베스트 순위에 올랐다. 그동안 고가의 중고품으로라도 오디오북을 구하려 했던 팬들은 발 빠르게 기쁨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얼음나무 숲을 둘러싼 기묘한 전설이 살아 있는 음악의 도시 에단.

그곳에서 운명처럼 만난 두 음악 천재의 예술을 향한 갈망, 그리고 살인!

 

예술을 사랑하는 음악의 도시 에단에서 마에스트로의 칭호를 3회 연속으로 보유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아나토제 바옐. 그리고 바옐의 음악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정한 청중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순수한 피아니스트 고요 드 모르페. 완전무결한 예술을 갈망하며 서로를 향한 욕망과 동경이 교차하던 이들에게 어느 날, 얼음나무 숲에서 발생한 끔찍한 살인 사건 소식이 들려온다. 평화롭기만 하던 에단에서 발생한 이 유례없는 살인 사건의 처음과 끝에는, 언제나 아나토제 바옐이 있었는데……. 하지은이 탐미적인 필치로 묘사하는 황홀한 선율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저자 소개

하지은

1984년생.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를 졸업했다. 2008년 장편소설 얼음나무 숲으로 데뷔하며 독자들에게 작가의 이름을 명징하게 각인시켰다. 그밖에도 장편소설 모래선혈,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녹슨달, 오만한 자들의 황야, 눈사자와 여름을 출간하였으며, 2010 경계문학 베스트컬렉션 꿈을 걷다나를 위한 노래, 글틴에 밤 구름 아래 늑대 새끼 우짖는다,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볼레니르에게 집착하지 마라등의 단편을 발표했다. 브릿G에 최신작 언제나 밤인 세계를 공개 중이다. 얼음나무 숲은 작가 세계를 관통하는 예술적 미학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함축하고 있는 소설로 단연 손꼽히고 있다.

 

차례

Overture 7

#00 여전히 겨울인 이곳, 에단에서 11

#01 세 명의 천재 19

#02 악기 경매 47

#03 예언가 키세 73

#04 얼음나무 숲의 초대 97

#05 음악 결투 115

#06 이국의 백작 149

#07 첫 번째 살인 사건 181

#08 광기와 복수의 전야제 209

#09 콩쿠르 드 모토베르토 237

#10 비극의 멜로디 283

#11 모토벤의 고결한 복수 315

#12 종말의 서곡 351

#13 환상곡, 얼음나무 숲 387

Finale 435

Fine 459

얼음나무 숲 외전 463

 

 

본문 중에서

 

아까 말이야……. 연주 끝나고 나서, 표정이 왜 그랬어?”

평소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그리고 평소의 바옐이었다면 절대 대답하지 않았을 질문. 바옐은 한동안 말없이 걷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들고 순순히 대답했다.

없어서.”

역시, 연주하기 전에 내가 들은 바옐의 중얼거림은 환청이 아니었던 것이다.

없다니, 뭐가?”

아무도.”

나는 바옐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수많은 청중이 바옐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는 건가?

한 사람.”

바옐은 내가 묻기도 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조금 놀랐지만 잠자코 그가 말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카논 홀의 그 수많은 좌석을 관객이 메우고 있더군. 청중이 아닌 관객. 아무리 찾아봐도 한 사람이 없었어. 내 곡을 이해해 줄 사람, 내가 말하는 바를 온전히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사람, 진정으로 나의 음악을 들어 줄사람…… 그곳에도 없었어. 나는 오직 그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연주하고 있는데.”

순간 가슴속에서 큰 동요가 일었지만 나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걸었다. 바옐은 다시 평소의 그로 돌아가 굳게 입을 다물고 내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바옐은 그날 처음으로 내게 그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때의 나는 차마 그 고뇌의 깊이까진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날 이후로 내게도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그의 단 하나의 청중이 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곡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랑하고, 듣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 단 한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아무리 원해도.

 

하얀 나뭇가지들 사이로 눈 같은 잎사귀들이 떨어지는 그 얼음나무 숲에서, 여명이 청아한 목소리를 토해 낸다. 일순 얼음나무 숲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음악가들이 연주를 멈춘다. 그러곤 바옐의 연주에 귀를 기울인다. 바옐은 감히 신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어 보라는 듯한 태도로 활을 움직였다. 그 자신감 넘치는 연주는 너무나 바옐다웠고 그래서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 이것은 정녕 꿈인가 현실인가.

나는 바로 앞에서 목도하고 있는 와중에도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음악, 끝나지 않길 간절히 바랐던 음악. 어느새 바옐은 독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숲은 오케스트라가 되어 바옐을 따라가고 있었다. 이 장대한 초현실 협주곡을 듣고 있는 청중이 나 하나뿐이라니. 모두에게 목이 터져라 이 연주를 들으라고 외쳐 주고 싶은 동시에 모두에게서 감추고 나 혼자만 듣고 싶었다.

나는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그 모든 것을 들었다. 귀로 듣고 눈으로 들었으며 영혼으로도 들었다. 감동만으로도 전율하다 죽어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자유자재로 옥타브를 넘나드는 그 음악은 자유롭고 한계가 없었다. 계속 듣기 위해 내 생명을 바치고 영혼을 팔아야 했다면 그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영원하고 아무리 아름다워도 시작된 음악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 이곳은 모든 음악이 시작되는 동시에 끝내 잠드는 곳. 음악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나는 온몸의 혈관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내 속된 목소리가 행여 음악을 망치지 않을까 저어하지 않았더라면 멈추지 말라고 온 힘을 다해 소리 질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고작 감격에 겨워 울고 있는 하나뿐인 청중에 불과했다. 나에게는 바옐처럼 이 음악을 이끌 힘이 없었다.

마침내 숲이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마지막 화음으로 연주를 끝낸 바옐은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바옐은 한동안 헐떡였고 나는 숨을 죽인 채 그를 바라보았다. 여명은 더 이상 탐욕스러운 빛깔을 띤 악기가 아니었다. 몹시 경건한, 그러나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옐의 손에 얌전히 들려 있었다.

음악은 끝이 났다. 그러나 나는 끝이 있되 영원할 수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를 알았다.

 

자 그럼, 설명해 보실까요, 마에스트로.”

그가 바옐의 맞은편에 앉으며 묻자 바옐은 내게서 시선을 떼고 케이저를 바라보았다. 그를 향해 대답하는 바옐의 목소리에서는 분노가 뚝뚝 묻어 나왔다.

무엇을 설명하라는 건지 모르겠군요. 내가 그 자리를 지나갈 때 시체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지 몇 년은 되어 보이는 그 시체의 살인자가 나란 말입니까?”

케이저는 바옐의 눈을 바라보며 단조롭게 말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다시피 당신은 꽤 근사한 살인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7000만 페르나 하는 지독한 농담 같은 무기를 말이죠.”

이봐!”

트리스탄이 울컥하여 책상을 내리쳤으나 바옐이 제지했다. 대신 차갑게 웃으며 케이저에게 말했다.

당신이 음악가가 아니니 방금 전의 모욕은 용서하겠소. 에단의 시민이라곤 믿어지지 않게도 음악적 소양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인 듯하니까. 지금 나에게 내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악기를 한낱 사람을 죽이기 위한 무기로 사용했다고 말한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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