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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2005-04-04] 경제 저격수의 고백

장성주 2005.06.23 11:04 조회 수 : 44733 추천:306

http://www.goldenbough.co.kr/cover/8273794l.jpgCIA보다 빠르다. 미군보다 강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착취한다. 그들이 바로 ‘경제 저격수’이다.

경제 저격수의 고백
Confessions of an Economic Hit Man

존 퍼킨스 / 김현정 옮김 / 371쪽 / 신국판(15.3×22.5㎝, 양장)
발행일: 2005년 4월 4일 / ISBN: 89-8273-794-4 03320 / 15,000원
분야 : 경제, 국제 정치
편집부 담당: 장은수(517-4262), 장성주(3446-8773)


석유 파동부터 이라크 전쟁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세계 경제를 유린해 온 경제 저격수의 존재를 최초로 밝힌 『경제 저격수의 고백(Confessions of an Economic Hit Man)』이 (주)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을 쓴 존 퍼킨스는 실제로 1971년부터 1980년까지 10년에 걸쳐 인도네시아, 콜럼비아, 에콰도르, 파나마,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지에서 경제 저격수로 활동하며 미국 기업과 정부의 이익을 위해 세계 각국의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었다. 저자는 겉으로는 국제적인 컨설팅 회사의 직원으로서 세계를 누비며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 계획을 돕는 경제 전문가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 국가안보국(NSA)에서 훈련을 받고 미국의 이권이 걸린 나라에 찾아가 해당 국가의 국고를 미국 기업이 손쉽게 털어내도록 공작을 벌이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인도네시아 전력 개발 사업, 석유 파동, 사우디아라비아 돈세탁 프로젝트, 파나마 운하 소유권 재협상 등, 20세기 경제사의 굵직한 사건들 이면에는 하나같이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석유 파동 직후 경제 저격수의 행동 지침과 약탈 방식을 확립하는 등 한때 최고의 경제 저격수로 인정받은 저자 존 퍼킨스의 참회와 경고를 담은 이 책은, 오늘날 전 세계를 위협하는 기업 정치(corporatocracy)의 실체와 이제껏 감춰져 온 미국의 소름끼치는 세계 경제 약탈사(史)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경제 저격수: CIA보다 빠르고 미군보다 강하다

경제 저격수란 전 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을 속여서 수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털어 내고, 그 대가로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세계은행이나 미국 국제 개발처, 또는 다른 해외 원조기관들로부터 돈을 받아 내어 거대 기업의 금고나 몇몇 부유한 가문의 주머니 속으로 그 돈이 들어가도록 조종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회계 부정, 선거 조작, 뇌물, 협박을 통한 갈취, 섹스, 살인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이들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게임을 해 오고 있다.(본문 중에서)

저자 존 퍼킨스에 따르면 미국의 이권이 걸린 개발도상국 또는 산유국에 가장 먼저 들어가는 미국 측 대표가 바로 경제 저격수들이다. 이들은 표적이 된 국가에 민간인 신분으로 들어가서 그 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터무니없이 부풀려 예측하고 이에 따라 기간산업 개발 계획을 수립한다. 그들은 심지어 미국으로부터 차관을 도입하도록 표적 국가의 정재계 요인들을 매수하기도 한다. 이때 개발 사업의 계약을 따 내는 것은 물론 벡텔, 할리버튼, 스톤앤드웹스터, 제너럴일렉트릭 같은 미국의 거대 기업들이다. 이로써 표적 국가의 국부는 자연스레 미국의 거대 기업으로 되돌아가고, 기업은 미국 정부의 고위 관료들과 그 부를 나누어 가진다.
만약 경제 저격수들이 실패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그들이 ‘자칼’이라고 부르는 미 중앙 정보국의 암살자들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라크에서처럼 자칼마저 실패하면 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방법, 즉 젊은 미국 군인들을 전쟁터로 내보내 죽고 죽이도록 만든다.
저자는 1981년 원인 불명의 사고로 숨진 하이메 롤도스 에콰도르 대통령과 오마르 토리호스 파나마 대통령이 실제로는 모두 자칼들에 의해 희생당했다고 주장한다. 토리호스의 뒤를 이은 노리에가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자칼로부터 목숨을 건지기는 했지만 결국 미군에 패하여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왜 미국은 경제 저격수를 필요로 하는가

저자는 미국이 이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경제적 약탈을 일삼을 수 있는 힘이 미국 특유의 정치 체제인 ‘기업 정치’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거대 기업과 정부, 그리고 은행이 삼위일체가 되어 돈과 권력을 함께 쥐고 약소국을 상대로 전횡을 일삼는 기업 정치는 케네디 행정부와 존슨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으로 재직했던 로버트 맥나마라가 만든 것이라고 한다. 원래 포드 자동차의 사장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는 케네디 행정부와 존슨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역임하고 나서 1967년 린든 존슨 당시 미국 대통령에 의해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되었다. 기업과 정부,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기관의 총재를 두루 역임한 그는 후에 미국 관료들의 모범이 되다시피 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맡았던 조지 슐츠는 원래 닉슨 행정부의 경제 정책 위원회 의장이었다가 벡텔의 회장이 되었고, 리처드 체니 현 미국 부통령은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밑에서 국방장관으로 일하다가 할리버튼의 회장으로 일했다.
이처럼 기업과 정부, 은행을 넘나들며 권력 분립을 무색케 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오늘날 미국에서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지난 3월 말, 이라크 전쟁을 입안한 미 행정부의 대표적 신보수주의자인 폴 울포위츠 장관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차기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한 것은 아직도 미국이 이러한 정책을 수행하고 있음을 은밀하게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존 퍼킨스는 경제 저격수로 활동하는 동안 별거, 이혼, 친구였던 파나마 대통령 토리호스와 에콰도르 대통령 롤도스의 의문사 등을 경험하며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다가 1980년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10년에 걸쳐 경제 저격수로 활동한 그는 자신이 돈에 눈이 멀어 참여했던 사기 공작의 결과로 미국은 세계 제국이 되고 제삼 세계 사람들은 고통 받았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그는 미군의 파나마 침공이나 걸프전 같은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몇 번이나 경제 저격수의 정체를 밝히는 책을 쓰려 했으나 협박과 뇌물에 굴복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2001년 9․11 테러를 목격하고 더 이상 고백하는 일을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하여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바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경제 저격수들이 세계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미국이 세계 제국이 되어 가는 것을 막고 경제 저격수들로부터 세계 경제를 지키려면 거대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대중 매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서 시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텔레비전과 신문에서 전하는 뉴스 이면의 진실을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독자들에게 촉구한다.


▶ 존 퍼킨스 John Perkins

1945년 미국 뉴햄프셔 주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퍼킨스는 보스턴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1971년부터 ‘경제 저격수(Economic Hit Man)’로서 활동해 왔다. 미 국가 안전 보장국에서 훈련받은 그는 겉으로는 민간 컨설팅 회사인 메인(MAIN)의 경제 분석관으로 세계를 누비며 개발도상국의 대규모 경제 개발 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한 각종 경제 지표를 산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당 국가의 잠재 성장률을 부풀려서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도록 하고, 미국 기업들이 개발 사업에 참여하여 모든 이익이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조종했다.
그는 경제 저격수로 활동했던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자 ‘꿈을 바꾸는 모임(Dream Change)’이라는 단체를 설립하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꿈을 바꾸는 모임에서는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지배하는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는 뉴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 정치의 사슬을 끊기 위해 광범위한 시민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 김현정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경제연구소(SERI) 국제협력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동 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최고 경영자 및 오피니언 리더들을 위한 영문 경제 분석지 《Korea Economic Trends》의 편집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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