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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2004-11-09] 인간은 왜 악에 굴복하는가

장성주 2005.06.23 10:57 조회 수 : 26796 추천:283

http://www.goldenbough.co.kr/cover/8273695l.jpg68명의 다양한 사람들과 직접 면담하면서
인간이 악에 굴복하는 이유를 밝힌 책

인간은 왜 악에 굴복하는가

찰스 프레드 앨퍼드 / 이만우 옮김 / 365쪽 / 신국판(15.3×22.5㎝, 양장) / 15,000원
발행일: 2004년 11월 9일 / ISBN: 89-8273-695-6 03840 / 분야 : 사회, 심리학

편집부 담당: 장은수(517-4262), 장성주(3446-8773)


이제껏 실체 없는 공포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악’의 실체를 평범한 일반인,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흉악범, 엽기 범죄를 저지른 정신병 환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규명한 『인간은 왜 악에 굴복하는가(What Evil Means to Us)』가 (주)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악을 주제로 한 책들은“결손 가정이 악인을 만든다”거나 “불평등한 사회구조 때문에 엽기 범죄자가 생겨난다”는 피상적인 가정을 제시하는 데 불과했다. 그러나 정신분석 전문가인 지은이 찰스 프레드 앨퍼드 교수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일반인, 재소자, 정신병 환자 68명을 직접 만나 면담하며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악을 무엇이라 여기는지를 실증해 냈다. 그는 면담 참여자들에게 “악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언제 악을 경험했는가?”, “악이라는 것이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는가?” 등 스물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다양한 대답을 분석했다. 일반인들은 패배, 실연, 따돌림, 죽음에서 악을 떠올렸다. 반면 흉악범들은 존속 살해, 강간, 살인 및 시체 유기 같은 범죄를 악과 동일시했다. 그러나 그들의 대답에는 한결같이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내포되어 있었다. 모호한 관념 대신 실제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두려움과 악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규명한 이 책에서 인간이 악에 지배당하는 순간이 언제인지, 악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과연 악의 절대량을 줄일 수 있을지를 읽을 수 있다.


악은 두려움, 곧 제거할 수 없는 인간 정신의 한 부분이다

우리는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영철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악의 실체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범행의 무게에 입각하여 법에 따라 그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어떤 이들은 악행(행위)과 악행자(인간)를 분리하여 그를 사회적으로 관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의 두 가지 관점은 얼핏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일하다. 모두 악을 도덕적 범주로 보고 악을 불러일으킨 충동을 제거하거나 무시해야 할 것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는 악을 낳는 충동이 결코 제거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그는 일반인과 흉악범, 정신병 환자의 대답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두려움이 악의 실체와 관련된 키워드라고 지적한다. 바로 이 두려움이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한 지은이는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을 타자에게 부과함으로써 거기서 벗어나려고 하는 시도”라고 악을 정의한다. 그는 나아가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깨닫고 포용하는 대신 두려움을 다른 이에게 떠넘기려 할 때 인간은 사악해진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흔히 목격하는 소액 사기나 강도, 협박, 스토킹 같은 범죄들이야말로 실체화된 악이다. 예로 든 범죄들은 경제적 위기에 맞닥뜨려 자신에게 닥칠 고통(빈곤)을 타인에게 떠넘기거나, 단지 자신의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타인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는 행위들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앞서 말한 사소한 악행뿐 아니라 현대 사회의 특질처럼 언급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악’, 즉 생면부지인 낯선 이를 지하철 철로 위로 밀어 버리거나 아무 원한 관계도 없는 행인을 납치하여 엽기적으로 살해하는 행위 또한 두려움이 낳은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보면, 이처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자신이 두려워하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상징화하는 데 실패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자신의 두려움을 타자에게 직접 폭력적으로 침입시킴으로써 그것을 ‘배설’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흔히 “뭔가에 씌었다.”라거나 “정신병 환자의 소행”이라며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 버리는 엽기적 악행 또한 두려움의 산물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한 행위는 주체하지 못하는 두려움에 타자라는 형태를 부여하고, 그를 파괴함으로써 두려움을 지우려는 시도인 것이다.


현대의 『파우스트』: 유영철 같은 이들과 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유영철 같은 이와 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악을 도덕주의적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이 책은 악을 사회적 담론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건전한 서사 형태라고 주장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두려움을 깨닫고 그것을 창조적으로 변형시키는 방식을 발견하도록 구체적 상징을 제공해 주는 소설이나 영화 등의 서사 형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대중문화의 한 축을 구성하는 난도질과 피로 가득한 스플래터 무비나 블록버스터 흡혈귀 영화들은 그래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문화상품들은 수용자로 하여금 내재된 두려움을 폭력적이고 즉자적인 형태로 해소하도록 하므로, 그리스 비극에 등장하는 기계 장치 신(deux ex machina)과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악행의 대리 만족을 제공하는 데 불과하다. 현대 사회에 필요한 것은 흡혈귀 영화나 재벌 2세인 주인공이 모든 갈등을 해결해 주는 드라마가 아니라, 괴테의 『파우스트』가 그러했듯이 수용자로 하여금 인간적인 두려움을 포용하고 초극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징과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이야기이다. 그러한 문화상품들은 사회 구성원들이 지닌 파괴적 충동을 완화시키는 공간이 된다.
구성원들이 악을 제거 대상으로 보는 사회에서 유영철 같은 이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악을 두려워하고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들은 결국 악에 굴복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 주는 이 책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다름 아닌 파괴적 충동의 완충지대를 제공할 수 있는 문화이며 넉넉한 서사 구조를 지닌 이야기가 그 중심임을 보여 준다.



▶ 지은이 찰스 프레드 앨퍼드
현재 메릴랜드 대학 정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찍부터 정신분석적 방법을 적용하여 사회 현상과 정치 문제를 연구해 왔다. 최근에는 부랑자, 재소자, 빈민, 정신병 환자 같은 정치적 주변집단을 대상으로 한 사례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교환교수 자격으로 한국에 머무는 동안 동양적 특권 사회에 관해 연세대학교와 인하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이 강의를 정리하여 1999년 『한국인의 심리에 관한 보고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 옮긴이 이만우
현재 보건복지 담당 입법정보연구관으로 국회도서관에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자기지배의 정신역동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 정신분열병적 망상을 중심으로」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UCLA 사회학과 및 남캘리포니아 정신분석 연구소의 정신분석 연구훈련 프로그램에서 수학했다.

▶ 편집부 담당: 장은수(517-4262), 장성주(3446-8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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