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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2004-01-16] 상업의 세계사

장성주 2005.06.23 09:48 조회 수 : 5547 추천:157

http://www.goldenbough.co.kr/cover/8273492l.jpg상업의 세계사
- 바닷길로 본 세계 경제의 역사

고바야시 다카시 / 이진복 옮김 / 272쪽 / 신국판 변형(153×210, 양장)                                
2004년 1월 16일 / 12,000원/ 89-8273-492-9 03900 / 인문 / 역사

편집부 담당 : 장은수(517-4262), 장성주(3446-8773)


문명의 탄생에서 서유럽 자본주의의 세계 제패까지
바닷길을 따라 살펴본 세계 경제의 역사

바닷길을 따라 세계 경제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인 『상업의 세계사』가 (주)황금가지에서 나왔다. 비교 문명의 관점에서 동양사를 연구하는 일본 학자 고바야시 다카시는 이 책에서 페르낭 브로델의 세계-경제 이론에 입각하여 고대 문명에서 근대까지, 문명 간의 상업적 교류의 역사를 고찰한다. 저자는 아시아에서 시작된 상업 혁명이 어떻게 전 세계로 전파되었으며, 상업의 시대를 연 아시아가 어째서 서유럽의 식민지로 전락했는지를, 바닷길을 따라 펼쳐진 경제사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한다. 또한 결론에서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중심핵으로 떠오르는 중국 및 동남아 경제권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제시한다.


▶ 고대 오리엔트 문명과 ‘세계-경제’의 탄생

아날 학파를 대표하는 역사학자인 페르낭 브로델은 고대 문명권을 하나의 세계-경제로 파악했다. 브로델이 말하는 세계-경제(économie-monde)란 세계적 규모로 확대된 세계 경제(èconomie mondiale)가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가 확산하기 이전 세계 제국 주변부에 성립한 일정한 교역권을 말한다. 브로델은 세계-경제가 ‘세계의 한 단면에 불과하지만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대체로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일정한 지역 간의 연락 및 교환을 통해 유기적 통일을 이룩한 교역권’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세계-경제의 특징이 정치적,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어 왕래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러한 의미의 세계-경제는 아시아 지역에서 상당히 광범하게 발전했다. 일찍부터 나일 강의 수자원을 이용하여 관개 농경을 이룩한 이집트 문명과,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비옥한 토지에서 발전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풍부한 생산력을 기반으로 각각 독립적인 세계-경제권을 형성했다. 이 문명권 사이에서 교역을 담당했던 것이 바로 해상 민족인 페니키아인이다. 또한 아시아 대륙의 동쪽에서는 일반적으로 최고(最古)의 문명이라고 알려진 황허 문명에 앞서 양쯔 강 유역에서 벼농사를 기반으로 문명이 발생했으며, 이 지역에서는 ‘백월(百越)의 바닷사람’으로 알려진 해상 민족이 활동했다. 이 해상 민족들은 고대 제국이 통제하는 세계-경제의 주변부에서 상업 활동에 종사했지만, 결코 중심부의 대륙 문명에 종속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중심부에서 얻은 정보에 응답하면서 그 정보를 선택적으로 축적하고 동시대의 다른 중심부에도 대응하며 행동하는 주체, 즉 홀로 서기에 성공한 주변부로 활동한 것이다.

▶ 유목민의 이동과 상업 혁명

위와 같은 주변부의 상업 활동을 더욱 넓은 범위로 확장시킨 계기는 바로 유목민의 이동이었다. 서아시아(오리엔트) 지역에서는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열된 고대 말기에, 아라비아 반도의 중계 교역을 담당한 아랍족과 북아프리카의 황금 무역을 담당한 베르베르족이 대규모로 이동했다. 이후 이슬람교가 이 지역의 지배 질서로 정착하면서 농경 부족과 유목 민족이 생산과 유통을 각각 담당하는 구조가 정착했고, 각지의 오아시스를 연결하는 대상(隊商) 무역이 해상 무역과 결합하여 이슬람 특유의 상업 도시형 지배 구조가 정착했다.
동아시아의 중국 대륙에서도 당 제국 말기에 일어난 번진의 난으로 인해 한족 특유의 유교 문화가 크게 변질되었다. 이러한 기반 위에 성립한 몽골 제국은 유라시아 대륙 전체에 걸친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고, 이로써 유럽과 연결된 오리엔트 지역에서 동아시아의 한반도에 이르는 ‘몽골의 길’이 건설되었다. 몽골 제국이 지배한 육상 교역로가 송 왕조가 이룩한 해상 교역로와 결합하면서 최초의 전 세계적 대순환 상업망이 탄생했다.
이때부터 중국은 세계 상업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국제 통화로서 은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화폐 경제화의 파도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교환 가치가 높은 은을 매개로 하여 상품 경제가 발전하면서 농촌의 노동력은 도시로 빠져 나가 공장제 수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되었고, 도시는 새롭게 공업 생산과 상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상업 혁명은 해양 교역로를 따라 동남아시아와 인도를 거쳐 서아시아 지역까지 파급되었다.


▶ 서유럽 자본주의에 의해 정복당한 세계 경제

몽골 제국에 의해 통합된 서아시아와 동아시아의 국제 교역망은 전례 없이 거대한 세계 경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아시아는 서유럽 자본주의의 확대와 함께 거기에 종속화되고 식민지 또는 반식민지화되었으며, 이것을 계기로 해상 교역로를 상실하고 대륙에 폐쇄되었다. 상업 혁명의 발신지였던 아시아가 서유럽 자본주의와 공존할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경제 발전 시스템의 차이 때문이었다. 서유럽 자본주의의 특징은 국경을 초월하여 이윤의 축적을 추구하는 상인과 기업가가 중심―반주변―주변의 삼층 구조를 가진 국제 분업 체계를 편성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원격지 교역을 매개로 하는 중심―주변 구조를 통해 발전한 아시아의 상업 시스템과 달리, 주변부의 자원을 끊임없이 중심부로 끌어들여 부를 창출해 내는 체제로 확립된다.
산업혁명에 성공한 영국은 이 구조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세계 경제의 주변에서 중심으로 진입했다. 영국은 협소한 국내 시장을 대신하여 해외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그 반대급부로 삼각 무역을 통해 식민지에서 본국으로 원료와 자원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통해 거대 자본을 축적했다. 이러한 경제 구조는 식민지 경영의 확대와 재생산을 촉구했고, 뒤늦게 발전한 프랑스, 미국, 독일 등에 의해 식민지 분할과 쟁탈이 격화되었다. 이처럼 서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된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마침내 양차 세계 대전을 야기하기에 이르고, 그 사이에 주변화된 아시아 전역은 중심부의 경제 발전을 위한 수탈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 아시아 해양 경제의 부활

2차 세계 대전 이후 강대국의 식민지였던 주변부는 독립을 쟁취했고, 이전의 자본주의를 유지했던 산업 혁명 이래의 과학 기술은 새로운 거대 과학 기술로 바뀌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거대 과학 기술은 식민지 시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었고, 식민지 수탈에 의존할 필요도 극히 적어졌다. 거대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형성된 다국적 기업은 오히려 주변 지역을 풍부한 시장으로 만드는 해외 투자에 주력했고, 이 점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독립한 주변부 지역의 요구와도 부응하여 원조 정책으로 전개되었다. 주변부의 성장과 함께 1980년대 이후 정보 혁명이 가속화되면서 거대 과학 기술의 발전은 정체한 반면 초소형 전자 기술이 발전하게 되었고, 이로써 전후 세계를 이끌어 온 미국이 쇠퇴하고 일본을 비롯한 한국,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 공업국들이 급속히 발전했다. 이와 함께 중국이 시장 경제화를 천명하면서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화남 경제권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내륙으로 매몰되었던 동아시아 경제권의 중심축은 다시 해양 경제 지역의 발전을 향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 지은이: 고바야시 다카시(小林多加士)
1928년 도쿄 출생. 다이토분카 대학(大東文化大學)에서 중국사를 전공하고 도쿄 고쿠사이 대학(東京國際大學)과 도카이 대학(東海大學)에서 강의했다. 비교 문명의 관점에서 중국사와 아시아 문명사를 연구하며 『중국의 문명과 혁명』, 『문명의 역사학』, 『현대 중국의 역사의식』, 『문명의 전환과 동아시아』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현재 도쿄 고쿠사이 대학 명예 교수이다.

▶ 옮긴이: 이진복
성균관대학교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한양대학교, 청주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현재 KAIST 인문사회과학부 대우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서에 『세계사의 탄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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